인플레이션은 왜 생기는 걸까? (feat. 돈의 기원)
오랜만에 글 쓰네요.
요즘 거시경제 및 자산관리에 대해서 공부를 하였는데, 공부한 것을 쉬운 형태로 좀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인플레이션
쉽게 얘기하면, “물가가 꾸준히 오르는 것”
이 말인 즉슨, “타 자산 대비 현금의 가치는 꾸준히 떨어진다”라는 말도 됩니다.
대표적인 지표로는 CPI(Consumer Price Index)가 있습니다. 생필품에 속하는 품목들 약 8000여개를 기준으로 수치를 산출합니다.
첨부드린 CPI 차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냥 물가는 안 내려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은 왜 발생할까요?
원래는 인플레이션 같은거 없었다
- 저는 모든 현상을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과 본능에 기초하여 해석하는 편입니다.
- 여러가지 해석이 있고 많은 요인이 있지만, 저는 ‘안정적이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실 물물교환을 하던 원시시대엔 인플레이션 따윈 없었습니다.
- 오, 세상이 순수하고 아름다워서 그랬을까요? 아뇨, 그럴리가요.
- 그 때는 조금만 냅둬도 자산이 죄 썩었거든요 (쌀, 고기, 우유, 계란, 등).
- 시간과 노력을 별로 들이지 않더라도 주변에 널려 있기도 했구요 (돌도끼, 풀, 짚섶, 등)
- 그러다보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산딸기 농사꾼의 비애
예를 들어 산딸기와 같은 과일은 인기가 많았어요. 산딸기가 조금만 있어도 쌀과 고기를 많이 바꿔줬죠.
그래서 아예 자리잡고 산딸기만 농사짓는 사람도 생겼답니다.
문제는 이게 봄에만 나는지라 산딸기 농사꾼은 봄에만 풍족하고 나머지 3 계절에는 굶어죽게 생겼거든요.
나중에 먹을 것을 미리 쟁여놓으면 되지 않냐구요? 이 때는 냉장고, 저장식 그딴거 없었어요. 고기, 우유, 계란을 미리 받아놔봤자 3일도 안 돼서 상해서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농부는 꾀를 냈습니다. “야, 내가 산딸기 미리 줄테니까, 나중에 그만큼 나 필요한거 주는거다. 콜?”이라는 식으로요.
나는 지금 주는 대신, 상대는 나중에 지불하는 계약. 좋아요. 이제 농부는 굶어죽지 않겠죠?
원래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다른 법이라고…
당연히 굶어죽었죠!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 않거든요.
때가 되어 산딸기 농사꾼이 약속을 지키라고 하자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어요.
Case 1: “아아! 기억나지! 근데 내가 먹은 산딸기 한 박스는 지금 생각해보니 쌀 한톨이랑 비슷할 것 같아. 자 여기 쌀 한톨 받고 꺼져 ㅋ”
Case 2: “어~ 그 땐 그랬는데… 내가 지금 가진게 없어서 ㅎㅎ 나중에 생기면 줄게 ㅋ”
Case 3: “하아앙? 내가 그랬던가…? 아 몰랑 기억 안나 ㅋ”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키우지 말라는 거에요.
화폐의 필요성
아무래도 이전에 약속했던 것을 보증해줄 수 있는 증표같은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 것이 ‘화폐’. 우리가 ‘돈’ 이라고 알고 있는 것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쉽게 썩지 않는 것이어야 의미가 있어서, 조개껍질, 소금과 같은 것이 최초로 사용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그 증표를 보증해줄 수 있는 중앙화된 관리기관 또한 필요했어요. 화폐 발행, 가치 유지, 위조 방지 등의 역할도 담당하면 좋구요.
결국 이 것을 국가가 맡아서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한국은행이나 연방준비제도와 같은 기관이 그 예시에요.
돈의 순기능: 생산성의 증대, 경제성장의 원동력
화폐가 없었던 시절에는 필요 이상으로 생산을 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어짜피 자산이 썩어서 없어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썩지 않는 ‘돈’이라는 자산이 있다면…!? 그 시점부터 ‘저장’이라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앞선 산딸기 농사꾼처럼 대량으로, 전문적으로 자산을 생산하는 부류가 생겨납니다.
대량으로 생산해도 돈으로 바꿔서 저장하면 되구요.
좀 더 품질 좋은 자산을 생산해야 남들보다 좋은 교환비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처럼 돈은 모두가 생산의 효율화를 추구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직업, 회사, 경쟁 등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것이 여기서 시작되었어요.
그 생산성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지표가 바로 GDP(Gross Domestic Product)입니다.
생산성을 증대시킨다는 점은 너무 좋은데… 여기서 문제가 또 발생했습니다.
왜 돈을 안 쓰는데!?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에 따르면, 인간이 안전성을 추구하는 본능은 식욕, 수면욕 다음가는 수준으로 강해요.
결국 물물교환 또한 최우선되는 생리적 욕구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고자 한 방식이었어요. 사람은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해야 하니까요.
또한 안전에 욕구에 따라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고 저장하려는 경향이 나타나요.
이러면 좋지 않아요. 돈 또한 자본이기에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아무도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그 누구도 돈을 벌지 못 한다는 말이 돼요.
이대로면 인간의 본능에 의해 탄생한 돈이라는 것이, 다시 인간의 본능에 의해 무용지물이 되게 생겼어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돈을 안 써…? 응, 찍어서 뿌리면 그만이야~
애초에 돈이 돌지 않는다는 상황(=유동성 고갈)은 국가에도 치명적이에요.
애초에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힘이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국민들의 1, 2차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화폐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거든요.
그런데 돈이 돌지 않는다는 것은 그 화폐라는 것이 무용해지는 것이고, 국민들은 나라가 정해놓은 규칙을 따를 이유가 없겠죠.
그렇게 사회가 혼돈에 빠지게 되는거에요.
실제로 자국의 화폐가치가 폭락한 짐바브웨, 터키, 나이지리아 등의 국가는 치안이 좋지 않고, 국민들의 무정부주의 성향이 강한 편입니다… (2023.11.30. 기준)
그런 극단적인 상황을 막기 위해, 국가에서는 화폐를 추가 발행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요.
국가의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정책들을 통해 공급해요.
코로나 지원금처럼 대놓고 뿌리는 경우도 있어요.
은행 저축예금의 이자로 공급하기도 해요.
그러면 돈이 생긴 사람들이 생필품 마련을 위해 돈을 쓰고, 돈이 돈다는 것을 안 사람들은 돈을 더 벌기 위해 다시 생산을 하고, 선순환이 다시 시작돼요.
아하! 그러면 이렇게 현금 유동성이 마를 때마다 계속 돈 찍어서 공급하면 되는걸까요!?
인플레이션
그 결과가 처음에 얘기했던 인플레이션이에요.
‘돈을 제외한 자원의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돈의 총량은 늘어난다?’ → 당연히 다른 자산 대비 돈의 가치가 떨어집니다. → 쉽게 말해서 물가가 오른다는 말이에요.
인간의 생존욕구가 돈을 만들었고, 그 욕구가 또 인플레이션을 만듭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없어지려면 인간의 욕심이 없어져야 하는데… 말도 안되죠 그건.
따라서 저는 근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없어질 수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재테크를 공부하는 것은 “내 자산의 가치가 인플레이션을 따라라도 가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인플레이션을 헷지(hedge)한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 인플레이션 수치보다 높은 수익률이 났다면 ‘시장을 이겼다’라고 추앙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투자자들은 오랜 기간동안 꾸준히 시장을 이겨 온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은 경제 분야에선 항상 뜨거운 감자이며, 많은 정책과 상황이 이 것을 중심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절대로 소홀히 하면 안되는 개념입니다.
마치며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이 복잡한 얘기지만, 제 나름대로 핵심을 짚어서 포스팅을 작성 해 봤습니다.
원래는 ‘python으로 한국형 올웨더 포트폴리오 짜는 법’에 대해서 올리려고 했는데, 올웨더 포트폴리오 자체가 “인플레이션은 계속 발생한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지라… 왜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 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서 이렇게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이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깊어진 것 같아 뿌듯합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